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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예술인 100명이 모이는 네트워크 파티가 있다 #1

INTERVIEW

by ContentQuration 2020. 1. 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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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되면 너도 나도 한다는 연말 파티들, 그런데 나는 딱히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왜냐면 나는 그렇게 힙한 사람도 아니고 사실 사람들 많은 곳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특히나 낯선 사람과 만나야 되는 네트워크 파티는 더욱더 부담이다. 그런데 내가 유일하게 매년 참석하고 있는 네트워크 파티가 있다.


문화예술기획자 이지현님을 중심으로 올해 3회 째를 맞이한 '초면파티'는 일반적인 네트워크 파티와는 조금 다르다. 보통 네트워크 파티라고 가면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다 무리 지어 있고, 내가 말 한마디 건네기부터가 쉽지 않다. 괜히 술만 홀짝이고 핑거푸드만 몇 개 집어먹다가 일찍 집에 가는 게 다반사. 


하지만 초면파티에서는 누구와도 얘기할 수 있다. 말을 걸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누군가 와서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그리고 명함이 없어도 내가 따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초면인 사람끼리 모여서 구면이 되어가는 것이 이 파티의 목적이다. 
 

예술 관련 직종 100명이 모이는 이 파티는 현업자부터 작가, 관련 전공 학생들이 주로 모이는 편이다. 그렇지만 나같이 예술 쪽에 관심만 많고 따로 일하거나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도 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참여자들이 서로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기획진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물론 여러 장치들이 잘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파티 중에서도 특히나 어렵다는 예술계쪽 네트워크 파티를 3회째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초면파티는 다른 파티와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다른 걸까? 기획진은 어떤 생각으로 이 파티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걸까? 3년째 참여한 고객이자 지인으로써 궁금증을 가지고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초면파티의 최초 기획자인 이지현님은 <예술경영대학원생이 등록금이 아까워서 만든 페이지>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오랜 운영과 함께 <예술계 돌아가는 소리, 줌줍>이라는 예술계 이슈 구독 서비스 그리고 문화예술 미디어 스타트업 <널 위한 문화예술>의 에디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문화예술기획자다. 그리고 이번 공동기획자인 송채림님은 작업을 하는 작가임과 동시에 시각연구소 <VIWORK>의 운영자로서 활동중이다.   

 


 

 


이번에 세 번째 초면파티가 끝이 난 거잖아요. 어떠셨어요?

지현 : 3회까지 끝냈을 때를 생각해보면 솔직히 2회 때 끝나고서는 3회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어요. 근데 3회 때 딱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게 채림님이랑 공동기획을 한 덕분이거든요. 사실 채림님이랑 공동기획을 하자 해서 저도 같이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왜냐면 이게 크루를 모으는 게 되게 어려운 게 제가 합당한 페이를 주면서 섭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에 흥미를 느끼는 지인이 '야 내가 해볼게' 해야지 사실 할 수 있는 건데 그러기에는 쉽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1,2회 도와주신 영돈님이나 다른 분들은 개인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기획 내내 같이 할 수는 없고 그때그때 스케줄이 될 때마다 도와주시는 개념이거든요. 또 그리고 저도 아이디어가 조금씩 고갈되고 있었어요. 초면파티가 예술계의 어떤 연결이라는 미션은 있었는데 미션을 좀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고 또 그 뒤에는 행사 부대 프로그램들이 생기잖아요. 그거를 꾸리는 데 있어서도 많은 아이디에이션이 필요한데 그게 혼자로서는 벅찼던 것 같아요.

일단은 개인적인 아이디어도 부족하고 두 번째는 의욕이 저 혼자서 '오늘 카페 가서 초면파티 기획해야지' 한다고 해서 기운이 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걸 같이 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추진력을 얻는 게 필요했는데 중간에 채림님 덕분에 그게 생긴 거죠.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오히려 스케일을 엄청 키웠던 것 같아요.

 


채림님은 이번에 기획으로 처음 참여하신 거죠? 어떠셨어요?

채림 : 사실 저도 안 해봤던 스케일이라서 사실 그날 당일에 당황한 게 되게 많았어요. 일단은 저는 초면파티 끝나고 나서 오후 7시가 돼서야 앉아봤어요. 저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더라구요. 근데 제가 생각보다 현장을 못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구요. 제가 그때그때 뒤풀이 자리에서 쭉 피드백을 들었었거든요. 그리고 동선이 꼬였던 부분이 있어서 여튼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한데 또 후기를 보니까 괜찮더라구요. 제 생각보다 후기가 좋았어요.

 

 


그러면 지현님은 채림님이랑 이번에 어떻게 같이 하게 되신 거예요?

지현 : 채림님이랑 원래 이전에 같이 작업을 되게 오래 했어요. 저희가 맨 처음으로 만난 건 제가 하고 있는 예술경영 스터디에서 였고 그다음에는 제 개인 유튜브 채널 만든다고 했을 때 전체적인 브랜딩도 해주셨어요.

그렇게 있다가 세 번째로는 채림님이 개인 작업을 하시니까 제가 또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채림님을 작가로 섭외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공동기획자로 같이 해본 거죠. 그래서 같이 조금 조금씩 호흡을 맞춰 오다가 이번에 대대적으로 같이 했던 거죠. 

그리고 이번에 하면서 채림님하고는 진짜 매일 연락하고 매일 얘기를 했었거든요. 근데 그럴 때마다 트러블이 없었던 이유가 그전부터 계속 같이 해와서 서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서로의 스타일도 알고 방식도 알고 그래서 같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돌이켜보면 저희가 장난으로 동기화가 됐다고 했었거든요. (웃음) 동기화가 돼서 길 걸어가면서 오타를 내면서 얘기해도 알아듣고 의식에 흐름대로 얘기하는데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는 진짜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하나도 없었어요.

 

왜냐면 저희가 회사에서 앉아서 같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옆에서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가 없었어요. 서로 원격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안 나는 게 되게 중요했는데 그 부분에서 비효율적인 게 없었어요. 그래서 이 볼륨을 두 명이서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두 분이 기획한 입장에서 생각하시기에 1회, 2회, 3회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현 : 1, 2회랑 3회 때랑은 표면적으로는 메인 프로그램이 바뀌었고 볼륨이 커졌고 이런 하나하나가 차이점이겠지만 저희가 근본적으로는 저희 둘이서 '초면파티를 왜 하지?'라는 논의를 많이 했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제가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제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하게 된 거였거든요. 예술경영 스터디가 누적된 사람이 100명이 넘어갔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예술경영 스터디 OB YB 맞나? 이런 걸 해주세요라고 하셔서..

채림 : 얼럼나이!

 

지현 : 맞아요! 얼럼나이 모임을 해주세요라는 논의가 들어와서 처음에는 그걸로 시작을 했던 거였어요. 실제로 1회 때 초대장을 보낼 때 예술경영 스터디 멤버 100명한테 먼저 발송을 해서 우선 예매권을 줬고 그러고 나서 나머지 권에 대해서는 구글 링크로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쌓아온 사람들을 한 번 모아보자 이런 개념으로 했었던 거라면 3회 때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초면 파티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예술계 안에서 프로젝트도 많고 사실 사이드잡도 많고 그래서 서로 아이디어를 모아서 협업해야 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그런 특성을 살려서 사람들을 연결해줬을 때 새로운 예술이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이런 개념으로 해서 우리가 그런 연결을 윤활하게 해주는 서비스가 되자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걸 기점으로 파생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게 된 거죠. 탁구공을 들고 한 명, 한 명 찾아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랑 얘기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해서 채림님이 이번에 별자리 빙고를 만들어주신 거고 그에 맞춰서 진행을 하게 된 거였어요.

 

그리고 저희가 공연을 넣는 게 어떨까 했을 때 고민을 하다가 OK 한 이유가 초면파티 1, 2회 했을 때는 저를 기점으로 많이 왔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저의 개인 초면 파티 느낌이 강했지만 점점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제는 '초면파티라는 게 재밌대' 하시면서 건너건너 오시니까 저랑 접점이 아예 없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레알 초면파티가 된 거죠! (웃음) 그래서 예전에는 저만 구면이었고 나머지 분들은 다 초면이었다면 이제 저도 다 초면인 거예요. 이런 식으로 초면파티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가다 보니까 이제는 오자마자 바로 네트워킹이 시작되는 것보다 그전에 사람들이 몸을 풀 수 있고 가볍게 내려놓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다 연결이 되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번에 무용하시는 분은 어떻게 섭외하셨어요? 

지현 : 아 율리님 말씀이시죠? 율리님은 다른 전시 오프닝 갔다가 만났는데 얘기를 하다가 율리님도 기획을 해보고 싶다 하셔서 그러면 단순히 퍼포먼스 섭외가 아니라 퍼포먼스 전반을 기획을 하면서 초면파티에 맞는 컨셉으로 구성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하게 된 거였어요. 그래서 원래 율리님 하시던 걸 30분 동안 하는 게 아니라 초면파티 기획 회의부터 같이 참여하셔서 별자리를 소재로 퍼포먼스를 풀어 내신 거죠.


 


저는 사실 브랜드도 어디서 이렇게 협찬을 해오시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다 협찬을 따오시는 거에요?

지현 : 협찬사는 기본적으로는 제가 알고 있었던 브랜드 그리고 채림님이 추천해주신 리스트가 있었어요. 그걸 합쳐서 다 제안서를 넣었어요.

채림 : 그리고 또 다른 기획자분들이 해오신 경우도 있었어요.

지현 : 막판에 차량 방향제 같은 경우는 율리님이 시작 5일 전에 가지고 오셨는데 그때 이미 인쇄물들이 다 나온 상태여서 그래도 괜찮으시면 오시면 좋겠다 해서 오신 거고 나머지 브랜드는 한 80퍼센트가 제가 아는 브랜드긴 했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여태껏 진행하면서 느꼈던 거는 그 브랜드 담당자를 알아야지 저희도 시너지가 나더라구요. 보통 큰 연말 행사를 하면은 관련 없는 브랜드에서 경우가 있잖아요. 근데 저희가 추구했던 거는 이 협찬사들마저도 네트워킹의 일환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각 브랜드의 담당자분들이 현장에서 와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지인 기반으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랑 해야지 좋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협찬사 브랜드들 대부분이 제가 일을 하면서 미팅을 다 한 번쯤은 다 했던 곳이에요. 사만마켓, 빛의 벙커도 그렇고 빛의 벙커 김현정 이사님이랑 같이 포럼을 듣고 다닌 적도 있구요. 그리고 핸드앤몰트쪽은 제가 알고 있는 지인의 파티에 갔다가 거기 협찬을 해주셨던 게 생각이 나서 컨택했고, 이런 식으로 어느 정도 다 약간의 연결점이 있어야지 타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사실 처음이 가장 어렵잖아요. 1회 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지현 : 그래서 첫 회 때는 100퍼센트 지인이었고  거의 도움을 주신 형태였죠. 하지만 이번 3회 때 초면파티 협찬 진행하면서 제가 하지 않으려고 했던 거는 '우리 도와주세요' 개념으로 가지 않기로 했던 거였어요. 가치교환이라고 생각하고 제안을 했었어요. 그래서 협찬사쪽에도 초면파티에서 실제로 홍보가 되고 매체 홍보라고 생각하고 해달라고 얘기드렸어요. 

 

왜냐면 1회 때는 레퍼런스도 없고 솔직히 잘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3회 때는 이전 레퍼런스도 있고 어느 정도 쌓인 게 있어서 '여러분들이 여기에 물품을 지원했을 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주셔라' 이런 식으로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클리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널 위한 문화예술도 제가 직접 제안을 안 드렸어요. 왜냐면 부담스러울까 봐, 우리 팀원이 하는데 해줘야지 해서 했다면 저는 별로였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대우님이 먼저 애프터 뮤지엄 티켓을 협찬해서 시너지를 내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을 주셔서 했던 거였어요.


 

채림님 입장에서는 이런 브랜드 협찬 공동기획으로 하신 거였잖아요. 어떠셨어요?

채림 : 제가 그냥 던져본 말들이 점점 실화가 되고 하니까 갑자기 이렇게 다 협찬이 됐다고? 이런 느낌? 행사 때 사람들이 주변에서 하는 말을 들었는데 '왜 이렇게 뭐가 많아?', '진짜 뭐가 많다' 이러시더라구요. 경품 추첨 같은 게 사실 안 될 확률을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지현 : 근데 경품 추첨인데 100명이 다 탔어요 (웃음)

채림 :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 주셨죠.

지현 : 그리고 경품을 모두 다 못 받을 걸 생각해서 패키지를 만든 것도 있었어요. 제가 원래 어디 파티에 가면 항상 경품이 안되는 사람이거든요. '왜 나만 안돼?' 이런 유형? 그리고 맨날 내 옆에 친구는 돼 (채림님을 가리키며)

 


지극히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거군요.

지현 : 그런거죠 ㅋㅋ 물론 상품을 위해서 간 파티가 아니었다고 해도 나만 안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모두에게 드리는 굿즈 패키지를 드렸던 건데, 거기에 플러스로 경품까지 있었던 거죠.

채림 : 그래서 그런 생각도 드는 거예요. 당일 현장에서 경품이 또 점점 오는 거예요. 그날 맨션나인쪽에서도 오시면서 경품을 들고 오시고 여튼 이게 초면파티가 산타가 되어서 선물을 나눠드리는 그런 느낌이 드는 거에요.

지현 : 맞아요! 약간 그런 느낌이었어요.

채림 : 이렇게 선물 나눠주고 하니까 연말 분위기가 나는구나. 약간 선물 교환식 같았어요.

 


그러면 브랜드 협찬받았던 곳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협찬사가 있을까요?

채림 : 저는 핸드앤몰트였던 것 같아요. 왜냐면은 오신 분들이 처음에는 협찬이라고 그냥 줬나 보다 하시다가 드시고서는 진짜 맛있게 드시더라구요. 나중에 계속 찾으시더라구요, 되게 맛있게 먹으셨다면서. 거기가 수제맥주집이거든요. 그렇게 다들 맛있게 드시니까 소소하지만 기분이 좋더라구요.

 


처음 초면파티를 기획할 때의 상황이나 의도가 궁금해요. 어떤 생각으로 이걸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셨는지?

지현 : 아까 말한 것처럼 처음 했을 때는 스터디라든지 여태까지 제가 했던 활동들이 연결된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한번 다 모아보자는 게 컸어요. 왜냐면 제 지인들을 저는 알지만 지인들끼리 모르잖아요. 그리고 그게 스터디할 때 채림님이 아마 얘기를 해주셨을 거예요. 다른 기수분들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그래서 제가 처음에 시도했던 게 채림님이 스터디 하셨을 때였는데, 저희가 두 개 반으로 나눠져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중간에 한 번씩 나들이 같은 걸 가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스터디하는 중간 프로그램으로 A 반, B 반같이 전시를 보는 걸 처음으로 했었어요. 

근데 그렇게 교류를 해보니까 사람들이 되게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서로 되게 친해졌어요. 그때 당시에 그렇게 기수분들끼리 크로스 돼서 친해지는 걸 보니까 '아 내가 진짜 얼럼나이 파티를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예술경영 스터디 사람들로만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스터디 사람들끼리만 다 모이기엔 그분들이 한날한시에 다 오실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스터디에 있으셨던 분들 그리고 남는 자리에서는 SNS에 제 팔로워분들에게 신청을 받아야지 하고 시작했던 거였어요. 

근데 와서 1회 때 해보니까 그게 있었어요. '자! 모두 다 스티커를 붙여주세요!'하고 말하고 나서 오신 분들이 서로 스티커를 등 뒤에 붙였던 순간이 있었어요. 저는 그때가 조금 짜릿했었거든요. 스티커를 떼 가지고 서로의 등에 붙여주더라고요. 그게 영상에 또 잡혔어요.

그때 뭔가 '어? 이거?' 했었던 것 같아요. 약간의 터치가 생기면서 진짜 네트워킹이 시작되는 순간이구나 하면서 되게 재밌었고 2회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회까지 진행을 했는데 혼자서 하려고 하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물론 그때 정원이라고 줌줍 같이 하고 있는 친구가 디자인 도와주긴 했지만 그 외에도 일이 많았거든요. 기획도 같이 할 사람이 필요했었구요. 그렇게 해서  2회까지 온 건데 1회 때 순간은 여튼 그렇게 시작했었어요.

 


그러면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처음에는 '이런 네트워킹 파티를 해야지!'보다는 시작점은 같이 스터디했던 분들의 만남을 조금 더 넓히려고 하다 보니까 만들어진 거였네요.

지현 : 맞아요. 그리고 1회 때 사람들을 모아 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나서 네임 태그 아이디어가 나왔었는데 그건 사실 영돈님이 내신 거였어요. 제가 그때 영돈님한테 걱정스럽게 얘기했던 게 제가 네트워크 파티 갔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너무 뻘쭘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뭔가 이미 인싸? 힙한 분들이 몇 분 계시고 그분들 위주로 모여지는? 근데 저는 그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내가 파티를 하게 되면 누군가 소외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네임태그를 준비하게 됐던 거였어요. 네임 태그가 있으면 사람들 모두 동등하게 어떤 한 사람을 찾아가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희가 기획회의할 때도 그렇고 큐시트에도 적혀 있는데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이 항상 붙어있어요. 초면파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초면파티에 오시는 분들이 유형이 되게 다양하잖아요. 두 분은 혹시 어떻게 생각하세요?

채림 : 물론 잘 즐기는 분들도 계시고 이런 네트워크에서 만남을 가지는 것 자체에 정말 떨려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던 것 같구요. 그런데 간혹 이제 지나치게 목적성을 두고 오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너무 그 목적성이 다분하게 티가 나는 거죠. 그런 게 혹시나 다른 분들이 상처를 입으면 어떡할까 싶기도 해서 사실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되긴 해요.

 


그래서 네트워크 파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서로의 목적성 다 다르니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이 초면파티라는 거는 여기서 만난 분들이랑 당장 어떻게 뭔가를 한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나중에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면 그때 안면을 텄던 분과 아닌 분에서 오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예 모르는 분과 어떤 현장에서 만나는 것과 그래도 '어! 그때 초면파티 때 있지 않으셨어요?' 이렇게 만남을 시작하는 것과는 다르고 그때 훨씬 더 호감적으로 서로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현 : 이게 저는 딱 이상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편인데, 근데 뭐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요. 지현님은 어떠셨어요?

지현 : 저는 부류로 나눠서 얘기하면 크게는 학생과 현직자 이 두 가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초면파티가 생각보다 학생들이 많이 와요. 그 이유가 저희가 그렇게 브랜딩을 한 것도 있어요. 예술계 네트워킹 파티라고 하면 학생들이 오기가 어려워요. 네트워킹이라고 하면  명함이 있어야 될 것 같고 내가 저 사람한테 비즈니스적으로 당장 얘기할 수 있어야 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네트워킹이란 워딩을 싹 빼고 초면파티라고 귀엽게 얘기했기 때문에 학생들도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100퍼센트 현직자만 왔을 때 또 그게 이상적일까라는 생각도 하게 돼요.


채림 : 저는 학교 다녔을 때를 생각해보면 현직에 계신 분들도 학생들을 많이 만나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고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반반 섞이는 거는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무용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셨더라구요.


지현 : 뒤풀이 때 있으셨던 분들 말씀이시죠? 그분들이 줌줍 구독자분들인데 그분들이 줌줍 오프라인 밋업 때 5명이 오셨었어요. 그날 그분들이 먼저 초면파티에 대해서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러시면서 ' 우리 다 같이 가요'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정말 다섯 분이 다 같이 오신 거였어요.



지현님께서 미술 쪽으로 많이 활동을 하셔서 그런지 예상이 안 갔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구나 하고 생각했었어요.

지현 : 확실히 제가 제 커리어 자체를 시각 예술 쪽으로 한정 짓지 않으려고 하는 과정이 있다 보니까 초면파티에도 자연스럽게 그게 좀 깨졌던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초면파티에 꼭 미술, 시각예술 베이스가 아니라 예술경영이라는 키워드로 장르 구분 없이 다 오는 게 저는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초면파티에 오셨던 분들이 학생과 현직자들이 섞여 있는데 말씀해주신 대로 현직자분들도 지금 공부하고 있거나 이제 취업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만날 기회가 없고, 학생들도 현직자들을 이렇게 편한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의 교류가 의미 있겠다고 생각해요. 꼭 누구 한 쪽이 손해인 네트워킹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저도 학생이냐 현직자냐를 크게 구분하지는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이런 분들도 왔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그게 장르든지 성향이든지요.

채림 : 저는 뭔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예술적인 협업이든 실무적인 비즈니스 협업이든 그런 게 하나씩은 있으면 좋겠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음악 쪽을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 쪽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지현 : 저는 예전에 상권님이 작가분들도 있으면 좋겠다 얘기해주셨잖아요. 이번에 파티에 오신 분 중에 파리에서 전시 기획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한국의 작가님들이 어떤지 궁금해서 왔대요.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페인팅이든 음악 연주든  작업하시는 분이랑도 얘길 하고 싶어 하시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반대로 얘기해서 완전 작업에만 열중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올 이유가 별로 없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채림님 생각에 조금 보태서 작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뭔가를 하고 싶은 신 분들? 그런 분들이 많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초면파티가 3회까지 끝났잖아요. 아쉬웠던 점은?

지현 : 너무 많다.

채림 : 너무 많은데.. 생각나는 게 너무 많은데.. 저는 제일 큰 거는 현장에서 현장 일을 잘못했던 거? 그러니까 제가 맡은 일은 소외된 사람들이 없게끔 같이 얘기할 수 있게 해주는 거였지만, 진행 상황에 대해서 서포트를 따로 잘 못해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현 : 저는 이번에 워밍업이랑 공연이랑 등 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냈잖아요. 워밍업파티는 종현님, 퍼포먼스는 율리님이 각각 기획해주셨어요. 다만 첫 시도다 보니 프로그램들 사이사이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던 것들이 있어요. 중간에 오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합류하여 파티를 즐기기에 규칙이 어렵다거나, 뒤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좋지 않았거나 하는 등 딱 핏하게 초면파티에 맞지 않았던 점들이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래서 4회 때는 뭔가 선택과 집중을 좀 더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채림 : 그리고 저는 참여한 개인을 알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현 : 그리고 또 현장에서 진행도 하면서 하려니 어렵더라구요. 그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진행을 하는 것도 되게 긴장되는 일인데 그밖에 현장에서 해야 하는 게 또 있고 그리고 생각보다 테크니컬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현장에서 조명이라든지 영상이 정시에 딱 나온다든지 이렇게 딱딱 맞아야 하는 부분들이 생각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얘기하고 나서 바로 영상이 나와야 되는데 그쪽을 봤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때 1차 멘붕이 왔고 그런 것들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이제는 좋은 얘기! 좋았던 거? 하길 잘했다 생각 드는 게 있었나요?

지현 : 저는 끝나고 사람들이 끝난 걸 아쉬워할 때? 열시가 되게 빠르잖아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대관을 하다 보니까 대관과 청소시간까지 합쳐서 빌리면 10시에 끝나야지 돼요. 그리고 10시에 딱 나가세요가 아니라 10시부터 서서히 나가시게끔 하고 11시 반까지 청소가 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요. 어쨌든 그런 것 때문에 10시가 끝이었는데 그 끝을 아쉬워하실 때 그리고 열시라서 제가 연희예술극장쪽에 '저희 이제 (청소)할게요'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한 80명이 남아 있는 느낌인 거예요. 10시 정시인데! 그래서 좀 좋았던 것 같아요. 뿌듯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좋았던 점은 연희예술극장과 협업했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단순 대관으로 생각했는데 처음 연희예술극장에 갔을때 이 공간만의 느낌이 너무 좋았고, 마침 이곳을 운영하는 극단 이방인의 대표님, 감독님이 현장에 계셔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연희예술극장도 현장을 지원해주시면서 협업의 형태로 함께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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